강원도는 계절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특히 가을과 겨울은 여행자들에게 축제의 계절이기도 하죠. 눈 덮인 산과 얼어붙은 강, 그리고 들판 가득한 꽃밭과 전통 장터에서 열리는 축제들은 여행의 즐거움을 한층 높여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직접 경험했던 순간과 앞으로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기억들을 바탕으로, 평창·정선·홍천·춘천 네 곳의 축제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평창 – 꽃밭의 낭만과 송어의 짜릿함
평창은 넓고 푸른 자연이 자랑입니다. 가을이 되면 효석문화제가 열리는데, 봉평 들판에 메밀꽃이 가득 피어납니다. 실제로 꽃길을 걸어본 사람만 알 수 있어요. 바람이 불면 꽃잎이 흩날려서 하얀 눈이 내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고, 꽃밭 사이사이 작은 길을 걷다 보면 향긋한 냄새가 은은하게 퍼집니다. 저는 이곳에서 찍은 사진이 너무 예뻐서 여행이 끝난 후에도 계속 들여다보곤 했습니다.
겨울 평창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평창송어축제에 가면 두꺼운 얼음을 뚫고 낚싯대를 드리우는 사람들이 빼곡합니다. 저도 처음엔 “송어가 정말 잡힐까?” 반신반의했는데, 한참 기다리다 낚싯대가 움직이는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잡아 올린 송어는 현장에서 회로도 먹고, 숯불에 구워도 먹었는데 그 신선함은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별미였습니다.
정선 – 아리랑이 울려 퍼지는 전통의 고장
정선은 전통이 살아 있는 고장이자, 축제가 열릴 때마다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주는 곳입니다. 가을의 대표적인 행사인 정선아리랑제는 들을수록 가슴이 먹먹해지는 공연이었습니다.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는 아리랑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역사가 담긴 이야기 같았죠.
정선의 또 다른 즐거움은 정선5일장입니다. 축제와 시장이 겹칠 때 가면 그야말로 축제 속 축제입니다. 시장 골목마다 옥수수, 곤드레밥, 감자전이 줄지어 있는데, 상인분들이 “많이 먹고 가라”며 권하는 정겨운 말에 마음까지 따뜻해졌습니다.
겨울이 되면 정선눈꽃축제가 열립니다. 온 마을이 눈으로 뒤덮여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눈사람 만들기와 눈썰매 체험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입니다. 저는 친구들과 함께 눈싸움을 했는데, 오히려 어린아이들보다 더 신나게 뛰어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홍천 – 꽁꽁 언 강 위의 겨울 놀이터
홍천은 겨울에 빛나는 도시입니다. 홍천강 꽁꽁축제가 열리는 1월, 꽁꽁 언 강 위는 그야말로 거대한 놀이터가 됩니다. 얼음 위에는 송어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아이들, 사진을 찍는 가족들로 가득 차죠.
저도 얼음 구멍 앞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웠습니다. 어느 순간 낚싯대가 움찔하더니 은빛 물고기가 올라왔습니다. 그 짜릿함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잡은 송어를 근처 식당에서 구워 먹었는데, 바삭하면서도 촉촉한 살이 입안 가득 퍼지며 겨울날의 추위를 단번에 잊게 했습니다.
홍천은 축제만 즐기고 돌아가기 아쉽습니다. 근처 스키장에서 하루 종일 눈밭을 달리고, 저녁에는 온천에서 몸을 녹이는 일정까지 더하면 완벽합니다. 눈밭 위에서 느꼈던 차가움과 온천에서의 따뜻함이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여행의 만족감은 배가 됩니다.
춘천 – 호수와 낭만이 있는 도시
춘천은 강원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시입니다. 저는 춘천마임축제를 보러 여름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거리를 가득 메운 공연자들과 관객들, 웃음소리와 환호성으로 도시 전체가 축제장이 되는 순간이었죠.
가을의 춘천호수별빛축제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줍니다. 호수 위로 비치는 수많은 불빛과 도심을 수놓는 조명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습니다. 저는 호반을 걸으며 커피 한 잔을 마셨는데, 차갑게 부는 바람마저도 낭만으로 느껴졌습니다.
겨울에는 춘천인형극제 특별공연이 열리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좋은 공연인데, 춘천의 따뜻한 카페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면 소소한 행복이 느껴집니다.
결론
평창·정선·홍천·춘천은 각각 다른 매력을 가진 도시입니다. 평창은 자연과 송어, 정선은 아리랑과 전통시장, 홍천은 얼음 위의 체험과 온천, 춘천은 호수와 낭만이 공존하는 축제들로 가득합니다.
사계절 언제 찾아도 즐길 거리가 풍성하고, 당일치기부터 1박 2일 일정으로도 충분히 알찬 여행이 가능합니다. 축제를 따라다니며 강원도의 다양한 모습을 경험해 보세요. 분명히 일상에서 얻을 수 없는 특별한 추억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