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오름은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이자, 감성입니다. 하지만 모든 오름이 쉽고 편한 건 아니에요. 이번 글에서는 제주 여행이 처음이신 분, 또는 짧은 일정 속에서도 감성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쉽게 오를 수 있는 오름 3곳을 소개합니다. 저의 실제 경험과 감성을 담아 풀어보았으니, 가볍게 읽어보시고 여행 루트에 참고해보세요.
1. 새별오름 – 제주에서 가장 친절한 오름
한림읍에 위치한 새별오름은 제주를 대표하는 오름이자, 누구나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입문용 오름 1순위입니다.
오름 입구에는 넓은 무료 주차장이 마련돼 있고, 정상까지는 20~30분 정도의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집니다. 산책하듯 천천히 걸어 올라가는 동안 왼쪽에는 억새풀, 오른쪽에는 너른 초원이 시야를 가득 채우죠. 특히 가을의 억새, 겨울의 눈 내린 능선, 봄의 연둣빛 풀밭은 정말 사진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다워요.
제가 찾았던 날은 초가을 오후였는데요. 햇살이 따스하게 내려앉고,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그 능선 위에서 어디에도 서두를 필요 없이 천천히 걷는 시간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어요.
정상에 오르면 시야가 훅— 트이며 제주의 서쪽 바다, 주변의 작은 오름들, 멀리 보이는 한라산 능선까지 하나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이렇게 쉽게 오른 오름에서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다니 정말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새별오름은 특히 가족 단위, 커플, 혼자 여행 중인 분들 모두에게 추천드릴 수 있어요.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경사도 심하지 않아서 누구에게나 ‘오름의 첫인상’을 좋게 남겨주는 고마운 장소랍니다.
2. 다랑쉬오름 – 이국적인 풍경, 그리고 깊은 고요함
제주 동부 구좌읍에 위치한 다랑쉬오름은 조금 더 제주다운 자연과 고요함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려요.
외형부터 독특한 이 오름은, 멀리서 보면 마치 작은 화산처럼 매끈한 곡선을 그리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제주 속의 아이슬란드’라고 불리기도 해요. 입구에는 주차장이 잘 마련되어 있고, 등산로도 명확하게 정리돼 있어 초보자도 전혀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어요. 왕복 1시간이면 천천히 올라서 풍경 감상하고 내려오는 데 딱 적당해요.
제가 갔던 날은 흐린 날씨였는데, 오히려 그 회색빛 하늘과 어우러진 다랑쉬오름의 풍경이 정말 드라마틱하더라고요. 정상에 오르니 사방이 열리며, 멀리 성산일출봉과 바다, 그 아래 펼쳐진 평야와 작은 마을들까지 숨이 멎을 듯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건 ‘정적’이었어요. 바람 소리, 풀잎 흔들리는 소리, 그리고 멀리서 나는 새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마치 세상에 나 혼자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어요.
그 정적 속에서 사진도 찍고, 가만히 앉아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의 소음을 정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죠.
3. 아부오름 – 가장 작고 조용하지만 가장 따뜻한 오름
세 번째로 소개할 곳은 제주시 성산읍 근처에 위치한 아부오름입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에 사람도 적고, 그래서 더욱 조용한 감성을 가진 오름이에요.
오름 입구까지 차량 접근이 가능하고, 정상까지는 정말 짧아요. 15분도 채 안 되는 거리지만 그 짧은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들은 결코 작지 않아요.
아부오름은 크고 웅장한 맛보다는 소박하고 단정한 제주다운 정취가 인상적인 곳이에요. 능선 위로 올라가면 주변에 펼쳐진 들판과 밭, 그리고 작은 마을들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장면이 펼쳐져요.
특히 이곳은 사람이 적어 혼자 조용히 오름을 오르고 싶은 분들께 정말 강력히 추천해요. 저는 아무 말 없이 천천히 걷고, 정상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그동안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속으로 꺼내봤어요.
어쩌면 그날의 제주 여행에서 가장 마음이 정리되는 순간이 이곳이었을지도 몰라요. 짧고 가볍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진하게 남는 오름이었어요.
결론 – 어렵지 않게 만나는 제주 오름의 깊이
많은 분들이 오름이라고 하면 '힘들다', '등산 장비 있어야 하나' 걱정하시죠. 하지만 오늘 소개한 새별오름, 다랑쉬오름, 아부오름은 그런 걱정을 내려놓고 ‘걷듯 오를 수 있는 오름’이에요.
이 세 곳의 공통점은
✅ 접근성이 좋고
✅ 난이도가 낮으며
✅ 감성적으로 아름답다는 것.
제주도는 바다만 예쁜 게 아니라 이렇게 소박하지만 깊은 감동을 주는 ‘오름의 매력’도 함께 간직하고 있어요.
하루쯤은 아무런 계획 없이, 작은 물병 하나 들고 천천히 오름 하나 올라보세요. ‘내가 제주에 와 있구나’라는 걸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 조용한 산책길에서 마주하는 바람, 풍경, 그리고 자신과의 대화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 마음에 남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