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은 동해의 푸른 바다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여행지예요. 바다를 따라 걷는 블루로드, 새벽을 붉게 물들이는 해맞이공원, 그리고 해안을 따라 달리는 드라이브까지… 부모님과 함께라면 소소하지만 특별한 하루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직접 다녀온 듯한 느낌으로 영덕 효도여행 코스를 나눠보려고 해요.
블루로드에서 걷는 바다 길, 부모님과 함께한 산책
영덕에 도착하자마자 향한 곳은 블루로드였습니다. 이름처럼 길의 시작부터 끝까지 파란 바다와 하늘이 이어져 있었어요. 걸음을 옮길 때마다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와 짭조름한 바람이 따라와서, 걷는 동안 마음이 저절로 가벼워졌습니다.
저희가 걸은 구간은 비교적 완만해서 부모님과 함께 걷기에도 부담이 없었어요. 길 옆에는 작은 쉼터와 벤치가 마련돼 있어 잠시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숨을 고르기도 좋았습니다. 부모님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이런 길은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좋다” 하시며 미소를 지으셨어요.
길을 따라가다 보니 작은 어촌 마을도 나타났는데, 그물 손질을 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부모님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옛날 생각이 난다”며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그 시간이 더 값지게 느껴지더라고요.
블루로드의 매력은 단순히 바다만 보는 게 아니라, 길마다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어떤 곳은 숲 사이로 난 길이라 솔향기가 가득했고, 어떤 곳은 바다와 맞닿아 파도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습니다. 자연스럽게 대화도 이어지고, 사진을 찍으며 웃다 보니 시간이 훌쩍 흘렀습니다.
해맞이공원에서 만난 일출과 여유
다음날 새벽, 부모님과 함께 해맞이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아직 어두운 하늘 아래에 서 있으니 공기마저 차갑게 느껴졌는데, 바다 위로 서서히 붉은 기운이 퍼지더니 곧 해가 떠올랐습니다. 그 순간, 부모님 얼굴에도 환한 빛이 스며드는 듯해 괜히 뭉클해졌습니다.
“젊을 땐 이런 걸 볼 생각을 못했는데, 나이 드니 더 새롭다”라는 부모님의 말이 마음 깊이 남았습니다. 단순히 해가 뜨는 장면이었지만, 가족과 함께 본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추억이 되었어요.
공원 안에는 조형물과 산책길이 잘 조성돼 있어 해돋이 이후에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조형물 앞에서는 가족사진을 남기기에 제격이었고, 천천히 걷다 보면 바람결에 실린 바다 내음이 기분을 상쾌하게 해줬습니다.
낮에 다시 들른 해맞이공원은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줬습니다. 햇살이 바다 위에 부서지듯 내려앉아 반짝였고, 부모님과 벤치에 앉아 차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니 그 순간이 하루의 작은 휴식 같았습니다.
해안 드라이브와 강구항 대게 한 상
해맞이공원에서 나와 차를 몰아 해안 도로를 따라 달렸습니다. 영덕에서 강구항으로 이어지는 길은 동해안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히는데, 바다와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어 달리는 내내 시원한 풍경이 이어졌습니다.
창문을 열고 들어오는 바람에 머리까지 시원해졌고, 부모님도 “이런 길은 차 타고 그냥 달리기만 해도 기분이 풀린다”며 즐거워하셨습니다. 중간중간 전망대에 차를 세우고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쉬는 여유도 여행의 큰 즐거움이었어요. 바다를 배경으로 함께 찍은 사진은 이번 여행의 또 다른 추억이 되었습니다.
드라이브의 마지막 코스는 역시 강구항이었습니다. 영덕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대게잖아요. 항구 근처 대게집에서 주문한 커다란 대게가 상에 오르자 부모님 얼굴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살이 꽉 찬 대게를 한입 베어물자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고,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을 땐 모두가 감탄하며 웃었습니다. 그 순간은 여행의 피로를 단번에 잊게 해줬습니다.
결론
영덕 여행은 거창한 관광지를 돌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블루로드에서의 산책, 해맞이공원에서의 일출, 해안 드라이브와 강구항 대게까지, 하루하루가 따뜻하게 채워졌습니다.
효도여행의 핵심은 특별한 곳을 찾는 게 아니라,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같은 길을 걷는 데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영덕은 그 소박하면서도 소중한 시간을 채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었어요. 바다와 바람,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한 대화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