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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고성구간 단풍여행, 울산바위와 숨은 루트

by 리핀 블로그 2025. 9. 20.

설악산 고성구간 단풍여행, 울산바위와 숨은 루트 관련 사진

 가을이면 마음이 산으로 향합니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몰리는 속초·인제 대신 한적한 설악산 고성구간을 골랐어요. 울산바위의 웅장함과 단풍길의 고요, 그리고 산과 바다가 한 프레임에 담기는 특별한 순간까지. 여유롭게 걸으며 가을을 온전히 느낀 하루였습니다.


고성에서 시작한 이른 아침

숙소 창을 열자 서늘한 공기와 함께 산자락을 감싼 옅은 안개가 먼저 반겨줬습니다. 햇살이 안개를 뚫고 단풍잎을 스치는 장면은 영화 같았고요. 주차장에 도착하니 볼을 스치는 공기가 도시와는 결이 달랐습니다. 등산화 끈을 단단히 묶는 순간, 오늘 하루가 괜히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의 설악 — 안개와 빛이 만든 첫 장면. 

울산바위, 압도적인 존재

고성구간의 상징은 역시 울산바위. 멀리서부터 존재감을 드러내다가 가까워질수록 위용이 배가됩니다. 세월이 새긴 굴곡과 금이 바위 얼굴에 깊게 남아 있어, 자연이 써 내려간 오래된 기록을 읽는 기분이었어요. 오르내릴 때마다 각도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고, 단풍 숲 위로 솟은 하얀 바위와 파란 하늘이 만나 만드는 대비는 그 자체로 장관입니다.


단풍의 색과 바위의 결 — 설악의 정수.

단풍길, 가을 색을 걷다

고성 루트의 장점은 여유입니다. 절정기에도 비교적 한산해 자연에 집중할 수 있죠. 숲길 양옆으로 빨강·주황·노랑이 층층이 겹쳐져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천장을 만들고, 바람이 스치면 잎이 우수수 흩날려 길 위에 내려앉습니다. 그 위를 밟을 때마다 바스락거림이 가을의 배경음처럼 들려요. 카메라 셔터를 몇 번 눌렀다가도, 결국 눈으로 오래 담고 싶어 기기를 내려놓게 됩니다.


빛이 스며드는 데크 구간 — 필터 없이 영화 같은 색감.

전망대에서 만난 바다와 산의 조화

고성구간의 특별함은 중간 전망대에서 동해바다와 단풍 산세를 한 번에 담아낼 수 있다는 점. 붉게 물든 숲 너머로 푸른 바다가 길게 누워 있는 풍경은 강렬한 대비와 함께 묘한 평온을 줍니다. 벤치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잠시 쉬는 동안, 등 뒤로는 따뜻한 햇살, 얼굴엔 싸한 바람—시간이 잠깐 멈춘 듯했어요.


산과 바다가 한 프레임 — 고성 루트만의 선물.

길 위에서 만난 소소한 감동들

작은 계곡의 맑은 물소리를 따라가니 바위 틈을 뚫고 선 단풍나무가 있었습니다. 척박한 자리에서도 뿌리를 내린 나무의 모습이 괜히 더 강인하고 아름답게 보였고, 오래 마음에 남았어요. 하산길에 만난 할머니 등산객은 “고성 쪽은 덜 붐벼서 좋아, 단풍도 오래 보이고”라며 웃으셨는데, 그 한마디가 이 길의 매력을 한 줄로 설명해 주는 듯했습니다.


여행 동선 & 시간표(예시)

  • 08:00 고성 숙소 출발 → 주차
  • 08:30 울산바위 방향 산책로 진입(워밍업 구간)
  • 09:30 나무데크 단풍 숲 구간 촬영/휴식
  • 10:30 중간 전망대(동해 조망) 간식 타임
  • 12:00 하산 → 인근 식당 점심
  • 14:00 가벼운 추가 산책(계곡 구간) 또는 카페 휴식

포토스팟 & 촬영 팁

  1. 울산바위 앞 전망 포인트 — 35~50mm 표준 화각으로 바위 질감과 단풍 레이어를 균형 있게. 인물은 1/3 지점 배치.
  2. 나무데크 역광 샷 — 해를 등지고 찍으면 잎맥이 빛나며 색감이 깊어집니다. 노출은 -0.3~-0.7EV로 하늘 날아감 방지.
  3. 동해 파노라마 — 스마트폰 파노라마 촬영 시 수평 유지, 바람 강한 날엔 몸 고정 후 천천히 스윕.
  4. 낙엽 러닝샷 — 낮은 앵글에서 연속 촬영으로 발끝의 낙엽 튐을 포착하면 생동감↑.

코스 선택 가이드

  • 라이트 워커: 울산바위 입구 산책로 왕복(데크 중심, 완만)
  • 뷰 포커스: 입구 → 나무데크 → 중간 전망대(동해 조망) → 하산
  • 하이킹 러버: 뷰 코스 + 계곡 구간 연장(체력·시간 여유 필수)

시즌 & 준비물

  • 베스트 시즌: 10월 중·하순 ~ 11월 초(단풍 절정). 새벽·저녁 기온 차 큼
  • 복장: 등산화/논슬립 트레일, 레이어드(기능성 이너 + 바람막이), 장갑·비니(새벽/바람 대비)
  • 필수품: 물 500ml×2, 간단한 당/염분 간식, 휴대용 방수팩, 간이 상비약
  • 안전: 낙엽 젖은 데크 미끄럼 주의, 로프 밖 출입 금지, 기상 급변 시 즉시 하산

식사 & 휴식

하산 후에는 인근에서 따끈한 국물이나 해산물 정식을 추천합니다. 바람 맞은 뒤라 따뜻한 국물이 몸을 금세 풀어주더군요. 카페에 들러 창밖 단풍을 보며 커피 한 잔—이 하루의 템포가 자연스럽게 마무리됩니다.


한 그릇의 온기, 한 잔의 여유 — 산과 바다 사이에서 숨 고르기.

엔딩 — 가을을 마음에 담다

이번 설악산 고성구간 단풍여행은 화려하면서도 차분했습니다. 울산바위의 압도감은 마음을 크게 흔들었고, 한산한 단풍길은 걸을수록 고요를 채워줬어요. 유명세에 가려 덜 알려진 만큼, 그래서 더 아끼고 싶은 루트. 돌아오는 길에 주워 담은 단풍잎 하나를 집에서 펼쳐 보니, 그날의 공기와 바람, 풍경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여행은 풍경을 보는 동시에, 그 순간의 감정을 마음에 저장하는 일. 이번 고성 여행은 제 마음속 가을을 넉넉하게 채워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