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고창은 단순히 풍경이 아름다운 도시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오랜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고, 지금도 지역민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습니다. 고창읍성은 조선 시대의 숨결이 남아 있는 성곽이고, 선운사는 천년을 이어온 고찰로 자연 속에서 고요와 사색을 선물하는 공간이죠. 이번 여행에서는 두 곳을 하루에 둘러보며, 각각의 매력과 차분한 감동을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창읍성, 성곽 위를 걷는 시간 여행
첫 목적지는 고창읍성이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성문 앞에 서니, 돌로 쌓아 올린 웅장한 성벽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입장권을 끊고 안으로 들어서니 넓은 마당과 옛 건물들이 반겨주며 마치 시간 여행을 시작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성곽 위로 올라서니 바람이 불어와 땀이 식었습니다. 발밑으로는 고창읍의 마을과 논밭이 펼쳐지고, 멀리 산세가 병풍처럼 둘러서 있었습니다. 성곽을 걷다 보니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져 산책하듯 운동하는 재미가 있었고, 중간에 벤치에 앉아 석양빛에 붉게 물든 성벽을 바라보며 오래 머물렀습니다. 과거 병사들이 걸었던 길 위를 지금은 여행객들이 평화롭게 걷고 있다는 사실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선운사, 숲길을 따라 걷는 사색
선운사는 백제 위덕왕 시절에 창건된 천년 고찰입니다. 읍성에서 차로 20분쯤 달려 도착했는데, 일주문을 지나자 울창한 숲길이 이어졌습니다. 가을 단풍이 붉고 노랗게 물들어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낙엽이 흩날리며 길 위에 수를 놓는 듯했습니다.
경내로 들어서자 대웅보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래된 기와지붕 위로 햇살이 내려앉아 절집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석탑과 석등, 작은 화단까지 모두 자연과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법당 앞에 앉아 눈을 감으니 도심에서 쉽게 얻을 수 없는 평화로움이 밀려왔습니다.
두 곳을 함께 다녀온 소감
고창읍성과 선운사는 불과 20분 거리였지만, 여행자로서 느낀 울림은 전혀 달랐습니다. 읍성은 과거와 마주하는 곳이었고, 선운사는 마음을 돌아보는 곳이었습니다. 같은 하루 안에서 시간과 마음을 동시에 여행한 듯한 경험이었죠.
여행 팁과 먹거리
- 추천 코스: 오전에 고창읍성 → 점심 풍천장어 → 오후에 선운사
- 계절별 매력: 읍성은 사계절 모두 좋음. 선운사는 봄 동백꽃, 가을 단풍이 절정
- 체류 시간: 읍성 약 1시간, 선운사 최소 2시간
- 준비물: 성곽길은 돌길이라 편한 운동화, 숲길은 물 한 병 준비
점심으로 맛본 풍천장어 구이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습니다. 숯불 위에서 노릇하게 구워진 장어를 한입 먹자 고소함이 퍼졌고, 여행의 피로가 싹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하루를 마치며
돌아오는 길에 차창 밖으로 붉게 물든 노을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은 장소를 보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다.” 고창읍성에서는 과거의 시간을, 선운사에서는 현재의 나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두 곳을 하루에 모두 다녀온 건 탁월한 선택이었고, 단순한 관광이 아닌 깊이 있는 경험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고창을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읍성과 선운사를 함께 일정에 넣어 보세요. 단순한 나들이를 넘어, 마음에 오래 남는 여행이 될 것입니다.